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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개편과 조직의 변화
교육과정 개편에는 교과목과 평가제도의 조정뿐 아니라 교수의 역할, 자원 배분,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가 함께 따른다. 네 연구는 통시적 고찰, 교육과정 개발 모형, 난제와 복잡적응계의 관점에서 이러한 과정을 설명한다. 사례들을 함께 살피면 공통의 교육목표를 유지하면서 구성원의 이견을 조정하고, 평가 결과를 후속 설계와 교수개발에 연결하는 조직의 활동이 드러난다. HRD의 관점에서는 개편에 참여하는 교수와 직원의 학습, 그리고 그 경험을 다음 변화에 활용하는 지원 체계가 주요 연구 대상이 된다.
교육과정을 바꾸는 조직의 활동
교육과정 개편은 교육목표를 정하고 학습경험과 평가를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다. 의학교육에서는 기초과학과 임상 분야의 교수, 교육지원 인력, 학생, 진료기관과 규제기관이 참여하며, 교육시간과 시설의 배분도 결정한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교과 편성뿐 아니라 운영자의 역할과 협력 방식, 의사결정 절차에서 구체화된다.
학생중심 교육의 지속과 개편 체계의 축적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육과정 개편을 통시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학생중심 교육이 교육제도와 지원 체계로 발전한 경과를 다룬다(안신기, 2018). 의학과 4년 과정을 대상으로 1970년 이후 시기별 과제와 개편 방향, 변화요인을 분석했다. 교육을 강조해 온 역사와 개편 경험을 고려해 사례를 선정했다. 개편 과정은 필요성 대두와 목표 설정, 설계와 실행, 실행 평가로 구분했다. 교육과정 개발의 여섯 단계를 개편 경과에 맞게 정리한 것이다(Kern et al., 1998). 시기별 변화요인은 Lewin의 변화관리모델에 근거한 역장분석으로 추진요인과 저항요인의 상호작용을 검토했다.
개편은 네 시기로 나뉘었다. 1차인 1970–1983년에는 교육과정과 교수 전원을 평가하고 교육계획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교육목적과 목표를 제정했다. 강의시간 감축, 임상실습 확대, 통합교육과목과 선택과목 도입, 자율시간 확보도 추진했다. 2차인 1984–1995년에는 교과목중심 교육과정의 틀을 유지하면서 외적 요구에 대응했다. 3차인 1996–2010년에는 의학교육학과 개설과 의과대학 인증평가제도 시행을 배경으로 CDP 사업단이 개편을 주도했다. CDP2004는 장기·계통바탕 통합교육과정을 전면 도입하고 강의시간을 줄였으며, 자율시간과 PBL, 선택과목을 확대했다. 4차는 2010년부터 논문 작성 시점인 2018년까지로, CDP2013에서 학생중심·성과바탕·연구중심 통합교육을 추진했다. 절대평가제도, 연구력 교육과정, DMH 교육과정과 학습공동체를 도입하고, 필수·선택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별 학습지도를 강화했다.
CDP2004 이후 실행 기능은 광혜교육위원회로 옮겨갔다. 의학교육학과는 교육학적 이론과 연구를, 교육지원실은 행정 지원을 담당했다. 외부에서는 의학교육의 국제적 흐름과 인증평가 기준, 사회적 변화가 개편을 촉진했다. 내부에서는 교육과정 평가와 비판적 성찰이 추진요인으로 작용했다. 교수들의 이견과 교실중심·상대평가 기반 문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대안 모델과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가 전략적 소통을 뒷받침했다. 관련 문헌은 조직의 역사, 구성원의 참여, 자원 배분, 집단 규범과 관계, 정책과 평가를 통한 가치 전달을 다룬다(Bland et al., 2000; Burnes, 2004; Hafferty, 1998; Lewin, 1947).
의예과의 선택 확대와 학습지원 체계 설계
서울대학교 의예과 개편 연구는 교육목표를 다시 정하고 학생의 다양성을 교과 편성과 지도 체계에 반영한 사례를 분석했다(Hwang et al., 2013). 의예과는 1975년 자연과학대학 소속이 되었다. 2011년 의과대학으로 소속을 변경하는 안이 통과되고, 2015년 의과대학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되면서 개편이 추진되었다. 새 교육과정은 2012학년도에 시행되었다. 연구진은 평의원회 정책과제 보고서와 교육과정 개선 관련 위원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공식·비공식 교육과정의 개편 전후를 비교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전체 교수와 학생에게 기존 교육과정의 문제와 개선 영역을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 절차의 타당성은 Tyler와 이성호의 모형에 따라 교육목표 설정, 교육경험 선정, 교육경험 조직, 평가의 네 단계로 검토했다.
보고서에서 확인한 문제는 교육목표 부재, 획일적 교육에 따른 학습동기 저하, 소속감 부재, 인성교육 부족이었다. 이에 교육목표를 다시 정하고 맞춤형 교육과정과 선택과목, 인문사회교육을 확대했다. 총 이수학점은 68학점에서 74학점으로 늘었으며, 필수학점은 49학점에서 41학점으로 줄고 선택학점은 19학점에서 33학점으로 늘었다. 맞춤형 교육과정(curriculum path model)은 학생이 자연과학 또는 인문사회과학의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도록 설계되었다. 물리·화학·생물을 모두 필수로 이수하던 방식은 두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핵심교양에서는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사회와 이념 영역에서 9학점 이상을 이수하도록 했다. 2012학년도 국내 다른 4개 의과대학과 비교했을 때 필수학점 비중은 약 12%~38% 낮고 선택학점 비중은 약 12%~45% 높았다.
자기계발 포트폴리오와 재학 중 60시간 이상의 봉사를 필수 도달목표로 정했으며, 생활멘토링에서는 교수 1명당 학생 4명을 배정했다. 지도는 의예과 2년 동안의 장·단기 계획과 자기성찰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과학과 기술 글쓰기’는 한 학기 동안 연구계획서 발표, 토론과 수정, 최종 연구논문 발표로 구성되었다. ‘자유주제연구’는 문제추론과 의사소통, 자료 조사·분석 능력을 기르도록 구성되었다. 신입생세미나와 의학입문, 의학연구멘토링, 외국인특별전형 학생을 위한 한국어교육도 마련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구성이 교육과정 개발 모형의 네 단계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후속 평가에는 학생의 목표 달성뿐 아니라 목표로 삼은 행동을 발휘할 기회와 운영 과정도 포함하도록 제안했다.
교육시간과 통합을 둘러싼 협상으로서의 개편
영국 의과대학의 질적 사례연구는 같은 개편 문제를 참여자마다 다르게 정의하는 과정을 난제(wicked problems)의 관점에서 분석했다(Hawick et al., 2017). 연구 현장은 학년별 학생이 약 170명인 중간 규모의 공립 의과대학이었다. 기존 5년제 교육과정은 처음 2년의 이론·기초과학과 이후 3년의 임상교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개편은 강의를 줄이고 소집단 수업과 임상사례 활용을 늘리면서 기초과학과 임상교육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교육에는 기초과학 분야 교수와 가정의학 의사, 26개 임상 전문분야의 병원 의사가 참여했다. GMC의 졸업성과·교수·평가 기준과 지역 보건의료기관의 실습 여건도 실행에 영향을 주었다. 연구진은 사회구성주의에 근거한 탐색적 질적 사례연구를 수행하고, 개편 운영위원회 구성원 중 고위 교수진을 목적표집했다.
참여자는 남성 6명과 여성 5명으로 총 11명이었으며, 면담은 17회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6명은 4–6개월 뒤 후속 면담에 참여했다. 면담 시간의 중앙값은 43분, 범위는 26–55분이었다. 회의록, 개편안, 실행 항목, 토론·발표 자료 등 약 50건의 문서와 파일도 분석했다. 면담 자료는 NVIVO 10을 활용해 귀납적 주제분석을 수행했다. 문서에는 면담에서 도출한 주제에 따른 지시적 내용분석을 적용하고, 난제 개념을 바탕으로 해석했다. 참여자들은 개편을 기존 수업에 대한 위협, 자신의 전문분야를 확대할 기회, 또는 운영상의 과제로 받아들였다. 한 분야의 교육시간 확대는 다른 분야의 시간 조정과 연결되었고, 임상실습 배치는 교육시설과 수용 능력에 영향을 받았다. 기존 수업을 만드는 데 들인 노력이 인정받는지도 개편에 대한 반응과 관계가 있었다.
가정의학 교육의 통합에 관한 회의록에는 해당 집단과 협의하고 새 학습목표를 반영하려는 논의가 반복되었지만, 다른 활동에 비해 보고된 진척은 적었다. 여기에는 기존 과정의 통합 수준, 추가 시간과 자원을 요구할 기반, 집단 내부의 정치적 어려움, 교육내용에 대한 튜터들의 확고한 견해, 과정의 인기가 작용했다. 논문 작성 시점에도 통합 시도는 계속되었다. 연구진은 이를 명확한 종료 규칙(no stopping rule)이 없는 난제의 특성으로 해석했다. 개편을 주도한 고위 교수진의 회고와 문서를 분석했으므로, 결과의 해석 범위는 이 집단이 경험한 협상과 불확실성에 한정된다.
질 향상과 전문직 간 협력을 배우며 바뀌는 교육조직
미주리대학교 컬럼비아 의과대학의 사례연구는 2003~2013년 QI와 ICP 교육의 통합 과정을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s, CAS)의 관점에서 분석했다(Stevenson et al., 2025). 개편은 ‘MU 2020 이니셔티브’에서 출발했다. 효과적인 환자중심진료라는 사명은 윤리, 지식, 문제해결, 의사소통, 협력, 질·안전 향상, 평생학습과 전문직 정체성 등을 포함한 졸업생의 8가지 핵심 특성으로 구체화되었다. 연구진은 상호작용적 단일 사례연구에 교수 19명을 초청했다. 의학 7명, 간호학 3명, 약학 1명, 보건의료행정 1명 등 12명이 참여했다. 이 중 7명은 대학과 임상을 잇는 질 향상 조직에서도 활동했다. 자료는 2013년 1월 1주 동안 수집했다. 11명과의 개별 면담과 수업 관찰에 이어 6명과 두 번째 면담을 진행했다. 관찰 중 추가된 1명에게는 자극회상 면담을 실시했다. 면담, 관찰 기록, 수업자료와 조직 문서는 자료·이론·분석을 반복적으로 대조하는 체계적 결합(systematic combining)에 따라 귀추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MU의 변화에서 2023년의 CAS 기반 조직변화 관리 틀이 제시한 9가지 특성을 모두 확인했다. 공통 목적과 학습, 조직 내외의 정렬, 행위자 간 상호의존을 반영하도록 기존 관리 실천 4개를 수정했다. 여기에 상호작용에서 형성되는 리더십, 집합적 정체성, 생산적 긴장을 반영해 관리 실천 11개를 제시했다. 공식 지도부는 졸업생의 핵심 특성을 바탕으로 교육의 방향을 공유했다. 경험학습과 숙련된 촉진자의 지원이라는 규칙 아래 교수방법의 세부 설계에는 자율성을 부여했다. 의료질센터(CHCQ)는 대학과 진료기관, 부서를 연결했다. 교수들은 공식 연수와 개선사업, 멘토링에 참여하며 QI와 ICP를 배웠다. 학생의 낙상 예방 활동은 학습목표와 병원의 질·안전 목표를 연결했다. ‘레거시 티처스(Legacy Teachers)’에서는 의학과 3학년 학생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환자를 글·시·미술작품으로 기리며 환자중심진료와 전문직 형성을 성찰했다. QI·ICP 역량 개발을 추진한 약 6년 동안 훈련받은 의학교수는 관심을 보인 소수에서 거의 60명으로 늘었다.
개선되었던 일부 ICP 태도가 1년 뒤 처음 수준으로 돌아오자 2004년 조직 차원의 역량 개발 전략을 마련했다. 2009~2010년 ‘질과 안전을 위한 재정비’에서는 6회의 개선 주기를 거치며 학습활동과 낙상위험 평가 양식을 수정했다. 2010년부터는 환자중심진료 OSCE 통과가 졸업요건이 되었다. QI 경험이 적은 교수·직원과 상급 학습자는 개선사업에 함께 배치되었고, 숙련된 교수도 멘토링 경험을 쌓았다. 전담 행정지원과 따로 확보된 시간은 부족했다. 시스템 중심 안전교육과 일부 임상현장의 개인 비난 문화 사이에도 긴장이 있었다. 연구진은 일부 참여자와의 후속 연락으로 출판 시점까지 QI·ICP 교육이 지속되었음을 확인했다.
논의
서울대학교 의예과 연구는 시행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자료를 분석했으므로, 결과는 개편 의도가 교과와 지원 체계에 반영된 양상을 중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주리대학교 컬럼비아 의과대학 연구는 자료 수집부터 최종 분석·보고까지 10년이 걸렸고 2023년의 틀을 분석에 활용했으므로, 수정된 틀은 후속 연구에서 검토할 가설로 볼 수 있다. HRD 연구에서는 개편 참여자의 협의·멘토링·공동 과제 수행을 일터학습으로 분석하고, 그 경험이 다음 교육과정 설계와 지원 체계에 반영되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참고문헌
- 안신기. (2018).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통시적 고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박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UCI I804:11046-000000517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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