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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Note · 의학교육

의료인문학 교육: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하는가

키워드
의료인문학(Medical Humanities) · 교육평가(Educational Assessment) · 성찰적 학습(Reflective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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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의료인문학 교육은 환자의 고통과 삶을 이해하고, 임상경험을 성찰하며, 돌봄에 필요한 판단을 기르는 일을 다룬다. 문화예술 교육에 관한 사설, 『연결된 고통』 서평, Doctoring and Medical Humanities 교육과정 연구는 이러한 목적이 환자 이야기와 예술 경험, 단계별 수업과 평가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HRD의 경험학습과 학습전이 관점에서 성찰을 지원하는 교수자의 역할, 교육과정 운영 자원, 만족도와 역량 평가의 관계를 함께 검토한다.

의료인문학의 학습내용과 평가

의료인문학 교육은 질병을 설명하는 지식과 함께 환자의 삶, 고통, 사회적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다룬다. 문학과 예술, 환자 이야기, 임상경험을 글로 쓰는 활동은 학생이 자신의 관찰과 판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교육목적은 공감과 의사소통, 윤리적 판단 능력을 기르고 모호함을 수용하며 전문직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환자의 취약성을 읽는 문화예술 교육

문화예술 교육의 가치를 다룬 사설은 의료인과 환자, 의학과 사회 사이의 갈등을 살핀다. 서로의 경험과 고통을 서사로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에 주목한다(An, 2026). 사설에서 임상은 환자의 침상 곁에 다가서는 일이다. 침상은 환자가 질병과 죽음 앞에서 자기 통제력을 잃고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시공간이다. 환자의 취약성을 읽고 돌봄으로 응답하는 능력은 문화예술 교육의 교육목적이다. 사설은 특집에 실린 세 원고를 역사적·철학적·실천적 관점에서 검토한다. 그중 서술적 문헌고찰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전문직업성, 사회적 책무성, 소통능력을 기르기 위해 확대된 한국 의료인문학 교육을 배경으로 삼았다. 사설이 인용한 문헌고찰에서는 국내외 여섯 개 데이터베이스에서 44편을 선정했으며, 보고된 교육성과는 대체로 Kirkpatrick 2수준에 해당했다. 연구 주제는 서사의학과 성찰적 글쓰기에 집중되었고, 성과 자료로는 자기보고식 설문과 에세이가 주로 쓰였다. 문헌고찰에서는 예술 기반 학습을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핵심 구성요소로 배치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철학적 논의에서는 공감을 표준화된 소통기술과 평가 과제로 다룰 때 학생이 평가에 맞춘 ‘거짓 공감(fake empathy)’을 익힐 가능성을 검토한다. 환자의 침묵과 망설임을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phronesis, 곧 실천적 지혜를 문화예술 교육의 근거로 제시한다. 중환자실 평행 차트(parallel chart)에는 어느 의과대학생의 경험이 기록되어 있다. 학생은 의식이 없는 환자의 동공 반사와 바빈스키 반사를 확인했다. 배운 지식이 신체에서 재현되는 데 성취감을 느꼈고, 동기들에게도 이를 보여 주려 했다. 그러나 환자의 눈꺼풀을 들어 올린 순간 그 눈빛을 슬프게 받아들였다. 이를 “그만해”라는 말처럼 해석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았다. 다음 날 회진에서는 소견을 보고하는 즐거움 대신 고통과 책임감을 느꼈다. 사설은 이 변화를 예술의 ‘낯설게 하기’와 소외효과(verfremdung)에 연결한다. 학생이 눈빛을 그렇게 읽게 된 과정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다룬다.

실천 사례로 소개된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의 ‘의학, 사회, 문화와 예술’은 의예과 1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었다. ‘의학적 정체성과 철학’, ‘매체와 현장을 통한 예술 기반 교육’, ‘진로 탐색 및 미래 설계’의 3개 모듈을 단계적으로 운영했다. 사설은 원주시립교향악단의 공연 관람을 비언어적 경청을 연습하는 경험으로 설명한다. 뮤지엄 산의 공간과 작품 관찰은 시각적 문해력(visual literacy)과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을 기르는 경험으로 설명한다. 교수진과 행정팀은 외부 공연시간에 맞춰 정규수업을 저녁 7시로 변경하고 예산을 확보했다. 학생들의 초기 반응에 대응해 학기 초에 의학적 관찰력과 공감능력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사설은 대학의 설립정신과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경험을 공동체 유대감과 사회적 책무성을 기르는 정서적 자산으로 해석한다. 교수자는 학생이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묻고, 불편함과 고통을 성찰의 출발점으로 다루는 ‘해석의 동반자’가 된다.

환자 이야기와 질환 서사에서 배우는 인간 이해

『연결된 고통』 서평은 인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의료적 돌봄 및 의사 양성 과제와 연결한다(한희영, 2024). 소개된 책에는 내과 전문의가 서울 가리봉동의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소에서 3년 동안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며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평은 환자의 병과 아픔을 서술하면서 당시 젊은 의사의 경험과 현재 숙련된 의사의 반성적 시각을 함께 담은 방식에 의미를 둔다. 환자 이야기는 고통을 겪는 사람의 삶을 인류학적·철학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자료가 된다.

서평에는 구로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미국에서 외국인 이민자로 살아온 경험이 책에 담긴 환자들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대학 교수로 대우받고 미국에서는 이민자로 생활하는 위치가 서술된다. 같은 사람도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다른 관계와 대우를 경험함을 보여 준다. 자신의 질환 서사(illness narrative)를 이해했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의사들에 대한 기억에는 진료를 받는 사람이 의료적 돌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가 드러난다.

임상경험과 성찰을 연결하는 단계별 교육과정

Doctoring and Medical Humanities(DMH) 교육과정 연구는 의료실천과 인문학적 성찰을 연결하려는 교육목적을 설계·운영·평가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검토했다(Lee & An, 2020). 연구 당시 국내 40개 의과대학 모두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이를 교양과목으로 인식하는 점, 교수자의 전공에 따라 달라지는 교수 부담, 제한된 교육시간 등이 운영 과제로 꼽혔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은 Curriculum Development Project 2004(CDP2004)에서 ‘의료와 사회’를 체계화했고, 성과중심교육과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한 CDP2013을 계기로 DMH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개편 당시 적용한 Kern’s Curriculum Development Model의 6단계를 바탕으로 5가지 검토 질문을 구성해 교육과정 개편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검토자료에는 CDP2013 보고서, 위원회 회의록, 워크숍 자료, 교육과정편람, 수업계획서, 학생 핸드북과 평가루브릭이 포함되었다. 개편된 교육과정 전체를 이수한 2018년, 2019년, 2020년 졸업생의 과목 종료 후 강의평가와 졸업설문도 평균·표준편차와 Cohen’s d로 분석했다. 개편을 위한 요구분석은 2011년 6월부터 1년간 진행되었다. 학생·강의평가(2006–2011년), 교육과정위원회 평가(2009–2010년), 임상의학입문 설문(2009–2010년)을 바탕으로 내용 중복, 과목 간 연계, 수업 참여와 평가기준에 관한 개선과제를 도출했다.

DMH는 doctoring basic–practicum–integrated의 3단계 나선형 구조로 설계되었다. 1학년 basic에서 학생들은 의료커뮤니케이션, 의료윤리와 법, 의료리더십의 원리와 개념을 배우고 성찰적 글쓰기를 했다. 리더십 영역에서는 3개 세부트랙 중 관심영역을 선택하도록 했다. 2학년 practicum에서는 표준화 환자를 진찰하며 기본 진찰술기와 정상소견을 익힌 뒤 지역사회 병의원에서 진찰과 면담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소통과 윤리·법, 사회적 이슈를 성찰하도록 구성했다. 평가에는 지필시험, 기본임상술기, 임상지도교수와 표준화 환자의 평가, 실습보고서를 활용했다. 3–4학년 integrated에서는 증례 기반 소그룹 토론, 시나리오 작성, 역할극과 발표를 활용했다. topic review와 grand round에서는 환자안전, 정밀의료·빅데이터·AI, 완화의료, 사회적 책무와 경력개발 등을 다뤘다. 혁신 프로젝트는 의료현장의 개선과제와 해결책을 제안하는 활동이었다. 상설 인문사회의학위원회가 한시적 사업단과 성과중심 task force team의 작업을 이어받고, 과정책임교수와 과목책임교수가 운영을 담당했다. 소그룹 튜터에게는 사전 오리엔테이션과 모범 지도영상을 제공했다. 행정직원 1명이 위원회와 수업 운영, 과제평가 및 자료 정리를 지원했다.

과제 평가비율은 1학년 basic에서 17%에서 57%로, 3학년 integrated에서 30%에서 61%로 높아졌다. 5점 척도로 측정한 2020년 졸업생의 만족도는 basic 3.29±0.91, practicum 4.11±0.70, 3학년 integrated 3.84±0.98, 4학년 과정 3.58±0.94였다. Basic과 비교한 practicum 만족도의 Cohen’s d는 2018년 0.43, 2019년 0.50, 2020년 1.01이었다. 주관식 응답에서 다양한 경험과 소양을 장점으로 꼽은 비율은 1학년 54.2%[26/48], 3학년 39.0%[41/105]였다. 3학년에서는 상호작용과 소그룹 토론도 장점으로 제시되었다(36.1%). 연구는 임상경험이 성찰로 이어지도록 질문과 평가지침을 보완하고 지도교수를 확보하며, 과제량과 피드백 방식을 조정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성찰 산출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역량성취 지표를 개발하는 일도 후속 과제로 제시했다.

논의

DMH에서 과제 부담을 지적한 비율인 1학년 30.0%[12/40], 3학년 77.3%[17/22]를 해석할 때는 각 주관식 문항에 응답한 학생의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 이 결과는 만족도와 주관식 응답에 근거하므로, 단계별 수업에 대한 반응과 의료인문학 역량의 변화를 구분해 해석해야 한다. 의학교육에서 학습전이를 연구할 때는 성찰 글에 나타난 해석이 이후 환자 면담과 임상 판단에서 어떻게 다시 활용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참고문헌

An, Shinki. (2026). At the bedside facing vulnerability: The proper place of culture and arts in medical education. Korean Medical Education Review, 28(2), 89–91. https://doi.org/10.17496/kmer.26.025

Lee, I. R., An, S. (2020). A critical review of medical humanities education curriculum development based on Kern’s curriculum development model. Korean Medical Education Review, 22(3), 173–188. https://doi.org/10.17496/kmer.2020.22.3.173

한희영. (2024). 연결된 고통. 의학교육논단, 26(1), 77–78. https://doi.org/10.17496/kmer.24.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