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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개발 이후, 임상교육자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호주 두 대학의 교수개발 프로그램 수료생 21명을 면담한 연구는 임상교육자의 변화를 교수 실천, 교육자 정체성, 교육적 관점의 성장으로 설명한다. 참여자 전원이 교수 실천의 변화를 말했으며, 1년 이상 프로그램을 수료한 16명은 정체성과 관점의 성장도 함께 이야기했다. 평가 과제의 즉시 적용, 동료 네트워크와 공동체, 과정에 내장된 성찰이 이러한 경험을 뒷받침했다. 다만 수료 후 한 시점에서 경험을 돌아본 설계이므로, 기간 자체의 효과보다 장기간 배우고 적용하며 인정받은 경험의 의미에 무게를 두고 읽을 수 있다.
교수개발이 끝난 뒤에 남는 것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의 성과는 수업을 더 잘하게 되었는지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성공적인 교수개발의 지표로는 일터 실천의 긍정적 변화, 교육과 전문성 개발 공동체의 참여·형성, 임상교육자로서 전문직 정체성의 발달이 제안되어 왔다(Triemstra 외, 2021). 교수개발 이후 무엇을 다르게 가르치는지와 함께, 누구와 배우며 자신을 어떤 교육자로 이해하는지도 성과의 일부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단기 교육에서 장기 프로그램으로, 형식 교육에서 일터의 무형식 학습으로 관심이 넓어진다. 개인의 학습뿐 아니라 집단의 학습 환경과 기관의 지원도 중요해진다(Steinert 외, 2016).
임상교육자는 임상의이면서 교육자이고, 때로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경력의 어느 시점에 있는지에 따라 각 정체성의 비중이 달라진다. 역할을 따로 구분하는 사람도 있고, 진료와 교육을 분리할 수 없는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교사 정체성에는 교육자 역할에 느끼는 애착, 지향하는 교사상,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포함된다. Coldron과 Smith(1999)의 관점에서 정체성은 교사가 소유한 속성이라기보다 자신의 실천을 이해할 때 사용하는 틀이다. 임상의와 교육자 정체성을 통합한 사람은 두 역할에 비슷한 무게를 두며, 임상 전문성이 교육자로서의 신뢰를 높이고 공식적인 교육 역할이 전문직으로서 느끼는 가치를 높인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두 정체성 사이의 liminal space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임상의가 되는 데 쏟은 노력과 정서적 투자, 임상 업무에서 받는 보상과 인정은 교육자 역할보다 앞설 수 있다. 고용주가 진료 실적을 우선하면 이러한 경향은 더 강해진다. 정체성을 통합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교육자로서 자신을 안정되게 이해하고 그 역할을 이어가기 어렵다. 정체성 탐색, 공동체와 네트워크, 성찰, 멘토십을 교수개발에 포함하자는 제안은 이런 문제와 연결된다(Steinert, 2020). 이 연구는 프로그램 이후 임상교육자의 실천이 일터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대학과 의료체계의 지원 및 기관을 넘나드는 동료 관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핀다. 교육자 정체성을 뒷받침하거나 흔드는 경험을 함께 물어, 교수법 개선에 비해 경험연구가 적었던 영역을 채우려 했다.
두 대학의 종단 프로그램과 해석현상학 설계
연구 현장은 호주의 두 대학이다. 서호주대는 2007년부터 보건전문직교육 분야의 graduate certificate, graduate diploma, 수업 중심 석사, 연구 중심 석사 등 대학원 과정 네 개를 운영했다. 임상의의 교육 역량과 학술 리더십, 학술 성과를 높이려는 과정이다. 시드니대는 2017년부터 1년 과정인 Clinical Teaching Fellowship과 6주 과정인 전문직 간 임상교사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연구진은 2017~2021년에 해당 프로그램을 수료한 동문 364명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21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기관별 참여자는 12명과 9명이었다. 이 가운데 16명은 1년 이상 프로그램을 수료했으며, 그중 4명은 6주 과정도 마쳤다. 참여자는 여러 보건전문직 출신으로, 임상경력은 1년부터 20년 이상까지였다. 모두 교육자 역할에 필요한 학습을 스스로 찾아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자료는 2022년 중 4개월에 걸쳐 연구자 다섯 명이 수행한 반구조화 심층면담으로 수집했다. 면담은 20~60분 동안 대면, 전화, Microsoft Teams 또는 Zoom으로 진행했다. 수료 후 경과 기간은 1~4년이었다. 참여자는 프로그램 이후의 교육 경험과 실천을 설명하고, 교육자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돌아보았다. 초기 면담 뒤에는 연구자 네 명이 모여 질문 방식과 진행을 점검하는 보정 회의를 열었고, 자료수집 중에도 면담 경험을 공유하며 접근을 조정했다. 면담 맥락은 현장 메모로 남겼다. 프로그램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연구진이 모집 후 연락과 동의 절차를 맡았으며, 참여자는 면담 전 서면으로, 시작 시점에 구두로 동의했다. 연구는 서호주대 인간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2022/ET000695).
분석에는 해석현상학적 분석(interpretative phenomenological analysis)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참여자의 경험을 해석하되, 그 경험을 형성한 맥락과 신념, 가치까지 함께 이해하려 했다. 녹음 자료를 전사하고 확인한 뒤, 프로그램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연구진이 다른 연구자가 볼 전사본을 비식별화했다. 숫자 코드를 붙인 전사본은 N-Vivo12에서 분석했다. 분석은 읽고 다시 읽기, 초기 기록, 주제 발전시키기, 주제 사이의 연결 탐색, 다음 사례로 이동, 사례를 가로지르는 패턴 찾기, 해석 심화의 일곱 단계로 진행했다. 각 기관의 연구진이 처음 다섯 단계를 독립적으로 수행했으며, Triemstra 외(2021)의 세 성과 지표를 개념적 렌즈로 삼았다. 이후 하위 주제와 자료 발췌를 모으고, 연구자 세 명이 상위 주제의 의미를 정한 뒤 전체 연구진이 확인했다. 연구진 모두 보건전문직교육에 종사했으므로 자신의 관점을 배제하기보다 서로 다른 분야와 현장 경험을 드러내고 검토하면서 해석을 발전시켰다.
교수 실천의 성장
참여자 21명 전원은 프로그램에서 배운 내용을 일터에 적용하면서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ad hoc 방식으로 상황에 맞춰 가르치거나, 전문가가 가진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프로그램 이후에는 학습자가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먼저 정하고, 그 목표에 맞춰 수업과 평가를 구성했다. 설명과 강의에 치우쳤던 수업에는 직접 수행하는 활동이 늘었다. 학습자의 이해 수준과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가르치는 사람의 편의보다 학습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택하려 했다. 참여자가 말한 변화에는 구조를 갖춘 수업, 학습자 중심의 접근, 실제 수행과 교육 근거를 중시하는 실천이 함께 있었다.
예전에는 시범을 보이기보다 과제를 설명하는 편이었다. 지금도 설명하지만, 치료사들이 과제를 직접 해 보게 한다. 이제는 그것도 교수법이라는 점을 더 잘 안다. — 참여자 4
변화의 출발점은 기존 교수 경험에 따라 달랐다. 처음 가르치는 참여자는 수업 목표를 세우고 내용을 전달하는 기본 방식을 갖추었다. 이미 교수 경험이 있던 참여자는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서 촉진자와 조력자로 옮겨 갔다. 학습자가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가는 쪽이었다. 성인학습이론을 접하면서 학생을 경험이 부족한 수동적 대상으로 대했던 태도도 돌아보았다. 참여자 자신이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과제 부담을 겪은 경험 역시 학습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학습 내용만이 아니라, 학습자로 지내며 느낀 어려움도 교수 실천을 바꾸는 자원이 된 셈이다.
학생들이 저마다 어느 정도의 지식과 삶의 경험, 그 밖의 것들을 배움의 자리에 가져온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 참여자 12
교육자 정체성의 성장
참여자가 프로그램에 들어오기 전 교육자 정체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임상의와 교육자 사이의 여러 위치에 있었지만, 자신을 교육자로 부르는 근거는 흔히 직무기술서나 타인의 호명에 있었다. 교육자로 고용됐기 때문에 교육자라고 말하거나, 교육이 업무의 일부이므로 임상의 다음에 교육자를 놓았다. 반면 임상교육을 진료 역할에 포함된 활동으로 보며 두 정체성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한 참여자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새로 배운 기술을 기존 정체성에 어떻게 포함할지, 교육자로서 어떤 가치를 더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교육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은 역량을 인정받는 근거이자, 일터에서 교육자로 말할 정당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자격이 있으면… 사람들이 “아, 그 사람은 그 분야에 자격이 있구나. 이제 말을 들어 봐야겠다”라고 한다. — 참여자 10
이러한 인정은 교육상의 판단을 설명하고 옹호할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선배가 반대할 때도 교육자의 관점에서 이유를 제시하고, 조직의 교육 내용을 업계 표준이나 근거에 비추어 점검하는 변화 주체가 되었다고 말한 참여자도 있었다. 자신감은 수료 시점에 갑자기 생긴 감정만은 아니었다. 일하면서 배우고, 배운 내용을 곧바로 적용하며, 그 결과를 다시 검토할 수 있었던 조건과 연결돼 있었다. 과정 전반에 내장된 성찰활동도 교육자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행동의 이유를 살피게 했다. 동료와 관리자의 인정, 적용 경험,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성찰이 맞물리면서 교육자 역할을 받아들이는 근거가 늘어났다.
분명히 자신감이 더 생겼고, 동료와 관리자도 그 점을 이야기한다. 지식이 힘을 주니까, 그렇지 않은가? — 참여자 5
교육적 관점의 성장
장기간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교육자 역할을 이해하는 방식도 바꾸었다. 교육자는 임상 지식을 설명하는 사람뿐 아니라 코치, 조정자, 상담자, 멘토이기도 했다. 다른 보건전문직과 함께 배우면서 직종마다 겪는 어려움과 교육 상황을 이해했고, 교육자로서 맡는 역할의 복잡함도 인식했다. 동시에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에서는 벗어났다. 교육자로서의 자신감은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확신보다, 학습자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누도록 도울 수 있다는 판단과 연결됐다. 자신의 실천을 돌아보는 과정에서는 어떤 교육자가 되고 싶은지도 더 분명해졌다.
내 초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그 방에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일 필요는 없고,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도록 도우면 된다. 분명히 자신감이 높아졌다. — 참여자 8
관점의 변화에는 동료 네트워크도 중요했다. 비슷한 교육 문제를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어려움이 개인의 부족함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다른 수강생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이 상황을 다룬 방식을 검토하고, 새로운 접근을 배웠다. 여전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연습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특히 직종 간 위계가 익숙한 임상 현장과 달리, 프로그램에서는 각자의 경험을 동등하게 존중받았다고 느꼈다. 다만 이런 공동체 경험을 모두가 누린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으로만 수료하면서 다른 참여자와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경우에는, 기대했던 임상교육자 공동체에 속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못한 점이 프로그램 경험에 영향을 주었다… 더 넓은 임상교사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것은 그때도 기대했고 지금도 기대하는 일이다. — 참여자 20
저자들의 해석
저자들은 프로그램 기간에 따라 참여자가 말한 성장 영역이 달랐다는 점을 핵심 발견으로 제시한다. 1년 이상 프로그램을 수료한 16명은 교수 실천, 교육자 정체성, 교육적 관점의 성장을 모두 이야기했지만, 더 짧은 과정 수료자의 성찰은 대체로 교수 실천에 머물렀다. 세 영역은 서로 얽혀 있으면서도 구분됐다. Browne 외(2018)의 연구는 의학교육 경력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임상교육자라는 새 정체성으로 의식적으로 이행하는 전환점을 설명한다. 저자들은 장기 프로그램 참여자가 말한 정체성과 관점의 변화를 이러한 이행과 연결한다. 또한 이 결과를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지원하는 교수개발의 경험적 근거를 늘려 달라는 요청과 연결한다. Sklar(2016)의 논의에서 강조한, 임상교육자의 성장과 정체성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종단 교수개발의 의미도 이 맥락에서 다룬다.
성장을 뒷받침한 핵심 요인은 세 가지였다. 평가 과제의 산출물을 일터에 곧바로 적용할 기회, 동료 네트워크와 공동체 감각, 프로그램 전반에 내장된 성찰활동이다. 배운 내용을 적용하고 동료와 경험을 나누며 그 의미를 돌아보는 과정이 긴 기간에 걸쳐 이어졌다. 참여자가 처음부터 지녔던 내재적 동기도 중요했다. 추가 도구와 교수 전략을 배우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학습 자체의 즐거움을 경험하면서 새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적용하려는 의지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저자들은 이를 growth mindset과 연결해 논의한다. 부족한 역량을 채우는 데 초점을 둔 교수개발을 넘어, 계속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까지 살펴볼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growth mindset은 이 연구에서 별도로 측정한 성과가 아니라,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연구를 구상하는 개념이다.
해석의 범위는 모집과 자료수집 조건에 맞춰 읽을 필요가 있다. 두 대학의 프로그램은 기간과 초점이 다양했고 여러 보건전문직이 참여했지만, 참여자는 모두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한 수료생이었다. 학습 동기와 성장 의지가 높은 사람의 경험이 더 많이 담겼을 수 있다. 저자 두 명이 프로그램 책임자라는 점도 고려할 조건이다. 면담과 전사본 비식별화에서 운영자와 거리를 두었지만, 참여자가 경험을 더 긍정적으로 설명했을 가능성은 남는다. 실제로 정체성을 뒷받침한 경험과 흔든 경험을 모두 물었음에도, 참여자 전원은 프로그램이 정체성 형성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종단 프로그램을 다뤘지만 자료는 수료 후 한 시점에서 수집했으므로, 성장의 경로를 시간 순서대로 관찰한 결과는 아니다. 저자들은 경력 전반에서 성장이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전향적으로 추적하고, 임상 업무를 병행하는 교육자와 그렇지 않은 교육자의 경험을 비교하는 후속연구를 제안한다. growth mindset을 교수개발 성과의 분석 틀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후속 검토 과제로 남겼다.
논의
1년 이상 과정 수료자 16명이 세 영역의 성장을 모두 말한 결과는 장기 프로그램의 가치를 뒷받침하지만, 6주 과정과는 기간뿐 아니라 자격과 활동 구성도 달라 기간만의 효과로 읽기에는 근거가 제한된다. 수료 후 1~4년이 지난 시점의 면담이라는 점에서도, 이 자료가 잘 보여 주는 것은 성장 속도보다 참여자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의미 있게 기억하는 경험이다. HRD의 학습 전이 관점에서 보면, 평가 과제를 임상 일터에 적용한 경험과 교육 자격을 얻은 뒤 동료가 의견을 더 경청한 경험을 함께 담았다는 점이 이 논문의 강점이다. 특히 자격 취득 뒤 교육상의 판단을 옹호할 자신감이 생겼다는 결과는, 일터에서 배운 것을 사용하는 일이 기술의 습득뿐 아니라 그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는 과정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 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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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tle, Emma 외 (2025). Translating faculty development into practice and professional identity: The lived experience of clinical educators. Medical Teacher, 47(11), 1836-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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